곧 사라지고 말 덧 없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10)
영원한 회기의 세상에서는 몸짓 하나하나가 견딜 수 없는 책임의 짐을 떠맡는다. 바로 그 때문에 니체는 영원 회기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12)
무거운 짐은 격렬한 생명의 완성에 대한 이미지, 짐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지상의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겨우 반쯤만 현실적이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13)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17)
Compassion’동정’ --- co-sentiment ‘감정적 텔레파시’ (38)
필연적인 것만이 진중한 것이고, 묵직한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치명적 결정은 --- 존재하지도 않았을 우연한 사랑에 근거한 것이다.’ (64)
집시들이 커피 잔 바닥에서 커피 가루 형상을 통해 의미를 읽듯이, 우리는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애쓴다 (87)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무심결에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따라서 소설이 신비로운 우연의 만남에 매료된다고 해서 비난할 수 없는 반면, 인간이 이러한 우연을 보지 못하고 그의 삶에서 미적 차원을 배제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93)
‘앞은 파악할 수 있는 거짓이고, 뒤는 이해할 수 없는 진리였지.’ (114)
카레닌의 시간의 흐름은 손목시계 바늘처럼 원운동을 했다. 시계 바늘은 미친듯이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궤도를 따라 하루하루 시계 판 위에서 원운동을 하기 때문 (132)
‘외국에 사는 사람은 구명줄 없이 허공을 걷는 사람이다.’ (132)